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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30 책을 읽는 방법

책을 읽는 방법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김효순 옮김/문학동네/2008년 3월/217쪽/10,000원)

슬로 리딩이란 무엇인가?

'슬로 리딩'이란, 한 권의 책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는 것이다. 책을 감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가까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시간과 노력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책읽기 방법이라고 일단 이해해두기 바란다. 슬로 리딩을 하는 독자들을 여기서는 '슬로 리더'라 부르겠다.

꼼꼼하게 책을 읽는다는 의미로 '숙독(熟讀)', '정독(情讀)'이라는 말이 있는데, 슬로 리딩이란 그러한 독서 태도를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 방법의 하나로 이 책에서는 작가의 시점에서 읽는 법, 작가가 된 기분으로 읽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이 독서법을 권장하는 이유는 자신부터가 작가가 된 무렵을 전후로 책을 읽는 법이 많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책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음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단순히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소설을 읽었을 때는 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장치나 고안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자, 나는 새삼 독서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실은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작가들 역시, 다른 작가의 시점에서 책을 읽는다.

나 자신도 소설을 쓸 때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웃긴다고 할 만큼 세세한 곳까지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 것은 단순한 자기만족이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의 감상을 읽다 보면, 그런 것들까지 정확히 짚어내고 그만큼 소설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즐겨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슬로 리딩을 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을 독자들이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는, 매우 안타까운 기분이 든다.

쓰는 사람은 누구나 읽는 이들이 자신의 책을 슬로 리딩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글을 쓰는 것이다.

슬로 리딩은 책을 읽는 습관을 지닌 사람한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바쁜 사회인에게 슬로 리딩 시간은 가장 부담 없고 저렴한 평온의 시간이다. 그것은 평소에는 가장 소원한 사람, 즉 '자기 자신'과 마주하기 위한 시간이다. 일이 바쁘다며 좀처럼 책을 읽을 시간을 내지 못하거나, 읽는다 해도 비즈니스 관련 서적뿐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역시 업무의 일환임에는 변함이 없다. 정작 중요한 자기 자신은 제쳐두게 되는 것이다. 하루 중 아주 잠깐이라도 슬로 리더가 되어본다면 그것은 공사(公私)에 걸쳐 자기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한편 슬로 리딩 기술은 업무에도 응용할 수 있다. 슬로 리딩으로 독서의 비법을 익히게 되면, 설령 속독이 필요한 경우라도 어떤 점을 주의해서 읽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오독을 줄이고 뜻하지 않은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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